영화 '그린북'은 인종차별이 매우 심했던 시대에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셜리가 백인 운전기사 토니를 고용하여 미국 남부로 피아노 연주 투어를 함께 떠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아낸 이야기이다. 등장인물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돋보이며 코믹적 요소가 많아 코믹 영화로 손색이 없으며 진지한 교훈까지 함께 있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1. 줄거리 미국 남부로 연주 투어를 함께 떠나는 토니와 셜리
영화 '그린북'은 캐릭터들의 연기가 많은 호평을 받았고 2019년 91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여 매우 사랑받은 영화이다. 영화가 옆으로 세지 않고 인종차별에 대한 에피소드가 놀라울 정도로 진솔하고 사실적으로 담아냈고, 또 계속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린북의 의미를 계속 생각하며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주인공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는 나이트클럽에서 일을 하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나이트클럽이 몇 개월간 문을 잠시 닫게 되면서 책임질 가족이 있는 토니는 다른 일자리를 찾게 되는데 천재 피아니스트 셜리(마허샬라 알리)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된다.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토니는 셜리의 제안을 처음에는 냉정하게 거절한다. 셜리는 천재적인 재능, 높은 사회적 지위, 많은 돈을 가졌지만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자신을 강력하게 지켜줄 사람이 토니라고 생각했기에 끝가지 설득하고 결국 토니는 셜리의 운전기사가 된다. 그리고 상당히 오랜 기간 인종 차별이 유난히 심하기로 소문난 미국 남부로 피아노 연주 투어를 함께 떠나는데 살아온 인생이 다른 토니와 셜리는 사사건건 부딪히고 매일 같이 티격태격 싸운다. 하지만 토니는 순화공연 내내 인종차별로 괴롭힘을 당하는 셜리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어느새 둘은 서로를 의지 하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2. 등장인물 특징과 '그린북'의 뜻
토니역을 맡았던 비고 모텐슨은 그가 실제로 살아있는 듯 실감 나게 연기를 했는데 찰떡같이 배역과 맞아떨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마허샬라 알리가 셜리 박사 역할을 잘 해내주었다고 생각한다. 둘의 조합이 너무 환상의 콤비 같았다. 마치 '언터처블'의 상반되는 두 남자의 조합처럼 '그린북'에 나오는 이 두 남자의 만남 또한 정말 재밌다. 무식하게 용감한 토니는 우직하면서도 듬직했고, 영국 신사 같은 셜리는 딱딱하고 점잖기만 한 것 같으면서도 다정하고 세심한 사람이다. 셜리는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남부 지방으로 자신이 당할 멸시를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어에 자발적으로 나선다. 그리고 중간중간 화가 나서 투어를 포기할만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그 모든 것을 참아내고 감내하며 투어를 끝까지 해낸다. 셜리는 백인과 화장실을 따로 써야 한다든지,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누추한 방에서 홀로 식사를 해야 하는 보기도 민망한 차별을 당한다. 그러나 셜리는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자신의 인권을 차분히 주장한다. 셜리는 연약한 듯하면서도 마음은 매우 단단한 사람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그린북'의 뜻은 1930년대 발행된 작은 여행 책자로 지역별로 흑인들만 출입이 가능한 숙박시설 등 각종 시설에 관한 정보를 담아낸 책이다. 그린북의 의미를 되짚어 보면 인종차별이 얼마나 심했는지 당시 시대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3. 리뷰 진지한 교훈과 함께 코믹적 요소가 풍성한 영화
장르에 호불호가 강한 나로서 영화를 보려고 찾다가 결국 보지 못하고 tv를 꺼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찾아낸 것 같다. 영화 속에서 토니는 셜리에게 외로워도 먼저 손 내미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한다. 자존심 문제로 혹은 거절당할까 무서워서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용기를 내 어려운 상황을 인정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도 되는데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더욱더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실상은 거절을 당할까 두려운 나의 작은 마음 때문은 아닐까 하는 물음을 나에게 넌지시 던져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장면에서 크리스마스이브까지 뉴욕으로 돌아오기 위해 토니는 쉬지 않고 운전을 하고 지친 토니를 위해 셜리가 직접 눈길을 운전하고 안전하게 집으로 귀가시킨다. 수행기사를 대신해서 운전해 주는 것이 셜리는 정말 그릇이 넓은 사람 같이 보였다. 크리스마스이브 온 가족이 모인 토니의 집에 셜리가 깜짝 방문하여 함께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는 장면을 보며 먼저 손 내미는 것을 두려워하던 셜리가 그 어려운 마음을 극복하는 모습으로 영화가 아름다운 결말을 맺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잠들 수 있었다. '그린북'은 진지한 교훈이 있으면서도 코믹적 요소를 가미해 영화를 보다 풍성하고 재밌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