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잭'은 1996년 개봉된 아주 오래된 영화이다. 주인공 잭은 10살에 40살 아저씨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소아 조로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믿기 어렵지만 이 질환은 수백만 명 중 한 명 꼴로 꽤 전 세계에서 누군가는 이 병을 실제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 오늘의 평온한 삶이 감사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이 영화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1. 10살인데 40살의 아저씨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잭
영화 '잭'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잭의 엄마는 잭을 임신 3개월 만에 비이상적으로 낳아버린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대로 사람의 모습조차 하기 어려운 3개월짜리 아기가 꼭 10개월을 꽉 채워 나온 아이처럼 매우 건강하다. 알고 보니 잭은 다른 아이들보다 세포분열이 몇 배나 빠른 아이였고 뱃속 안에서도 그렇게 빠르게 성장하여 일찍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담당의사는 잭이 소아 조로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렸고, 잭이 10살이 되면 40살의 아저씨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아주 충격적인 사실까지 말한다. 믿기 어렵지만 잭은 의사의 말대로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4배 빠르게 성장하여 10살에 정말 40살의 외모를 가지게 된다. 키는 다른 아이들의 2배 이상 크고, 얼굴에 여기저기 주름살도 있으며 머리숱도 듬성듬성 빠져있기도 하다. 그래도 부모는 포기하지 않고 잭을 다른 친구들처럼 똑같이 일반학교를 보낸다. 40대 아저씨가 귀여운 옷을 입고 앙증맞은 가방을 멘 모습이 누가 봐도 변태스럽고 기괴스럽기까지 하다. 여기저기 그냥 뛰어다니고 천방지축 친구들과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해야 할 어린 나이인데 하루만 면도를 안 해도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서 매일 면도도 해야 한다. 처음 잭은 본 친구들은 잭을 괴물이라고 놀리고 멀리하기도 하지만 곧 잭을 친구로 받아들이고 결국 잭은 모든 고등과정을 수료한 후 졸업식에서 대표로 연설을 한다.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하는 장면으로 감동이 넘치는 영화 '잭'은 그렇게 끝이 난다.
2. 믿기 어렵지만 잭의 병 '소아 조로증'을 실제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믿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잭이 앓고 있는 '소아 조로증'은 실제 이 지구상에 현존하는 희귀 질환이다. 나도 처음에는 이 병이 그냥 영화 때문에 만들어진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수백만 명 중 한 명 꼴로 이 병에 걸리게 되는 실존하는 병이라는 사실에 정말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영화에서 보면 잭은 정말 그야말로 아기다. 엄마랑 다니는데 남편이라고 사람들이 의심까지 한다. 이 병은 워낙 희귀하다 보니 치료방법이 딱히 있지도 않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또 한 번 놀랐던 사실은 우리나라에 이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2022년에 '뜨겁게 안녕'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홍원기'군이다. 방송에 나왔으니 실명을 거론하지만 정말 가슴 아픈 사연으로 시청자들을 포함해 방송 진행자와 모든 패널들이 모두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 소아 조로증은 10대 중반을 넘기기가 어려운데 원기 군이 벌써 17살이니 가족들은 언제 사랑하는 아들이 자신들의 곁을 떠나게 될까 항상 걱정한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자녀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나는 슬픔은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슬픔인데, 죽을 날이 어느 정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이를 키웠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파서 나도 눈물이 났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오늘의 일상이 너무나 감사한 일인데, 우리들은 매일 무엇인가 불충분하고 결핍을 토로하며 불평만 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원기 군이 남은 시간 동안 가족과 행복하고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고, 가족들도 너무 많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3. 오늘의 평온한 삶이 감사하다
잭의 성장과정을 보면서 어느덧 부모의 위치가 된 나는 잭의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에서 보면 남들이 손가락질할지라도 잭의 부모는 잭을 일반 학교로 보낸다. 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모든 순간순간이 모두 선택의 연속이었을 잭의 부모에게 다른 아이들과 같이 평범하게 잭도 일반학교에 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선택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잭이 학교에 정말 빨리 적응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잭의 부모는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어린 나이에 빌릴 수 없는 성인 잡지를 잭이 대신 빌려주고, 농구팀에 잭을 합류시켜 팀을 우승하게 하는 방법으로 친구들이 잭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이후 아이들은 진심으로 잭을 친구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그것을 영화의 두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하나는 잭이 아파서 학교에 나가지 않자 친구들이 매일같이 찾아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졸업식 대표 연설 때 친구가 잭에 대한 우정과 사랑을 고백할 때인 것 같다. 나는 이 영화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한데, 아무래도 실제로 존재하는 병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인 것 같다. 거의 태어날 때부터 약 15년 생존 기간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을 것이나 마찬가지인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매 순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플 것 같다. 항상 부족한 것만을 바라보고 나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오늘의 평온한 삶이 정말 감사함을 일깨워주는 아주 좋은 영화 한 편을 봤다.